29
안녕하세요 경기도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1.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는 기간제 선생님들이 꽤 계십니다. 학교 차원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누구인지를 서로서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지만 대화를 깊게 나누어보거나, 전근시기가 여럿 지나다 보면 기간제 선생님이시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학교에서 기간제 선생님을 '기간제'라고 부른다거나 그 사실을 학생에게 알리는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교육적으로 옳지 않지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에선 그렇습니다.)
2. 그 과정에서 기간제 선생님들이 학연, 혈연, 지연으로 채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학교에서 정교사들의 사정으로 생기는 빈자리에 기간제 선생님들을 아주 급하게 채용합니다. 얼마나 급하게 채용하냐면, 아는 선생님의 자녀이거나 예전에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면 이력서만으로도 채용이 됩니다. 그리고... 심지어 타기업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영어학원비를 위해 대학생때 따놓은 교원자격증을 이용하여 집 근처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계세요... 그럴 경우 그 분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책임은 주변 정교사가 고스란히 받아 부당한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3. 저는 4년차 교사로 200만원 초반의 봉급을 받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의, 임용고시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바로 기간제 교사를 시작하신 타 기간제 선생님은 저보다 20여만원의 봉급을 더 받습니다. 한 번도 그 봉급을 질투하거나 그 봉급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공무원 호봉에 준하는 봉급이며, 경력에 준하는 봉급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간제 선생님들이 정규직이 된다면 그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5. 저는 임용고시를 공부하기 위해 몇 년의 세월간 교육학과 제 전공 교과에 대해 정말 빈틈없는 준비를 했고 그에 자부심을 가집니다. 그 몇 년의 세월동안 저는 호봉을 쌓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을 만날 준비를 하기 위해서요.
심리, 철학, 상담, 통계, 평가 등의 여러 교육학 교과를 공부했고 전공에 대해 해당 교과의 박사 수준의 이론서를 달달 볶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냉정한 수업실연을 했고 또 면접도 봤어요. 그 결과 공립학교에서 수업을 하기에 적당하다는 평가를 받아 교사가 되었습니다. 몇 년이 걸리는 일이었어요. 힘들었지만 기뻤습니다. 하지만 임용고시 대신 학연, 혈연, 지연, 심지어 '집이 가까워서' 기간제 교사의 자격을 득한 선생님들은 그간 학교에서 근로하시며 호봉과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셨습니다. 그거면 됩니다. 그거면 평등한 거에요. 근로에 맞는 소득을 취하고 있으니까요. 담임을 하시고 업무를 하시고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일에 해당하는 호봉과 경제적인 이득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던 것이고 공정했습니다.
6. 그 분들은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고,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 대우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왜 과정을 치르지 않고 결과만을 득하려고 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모든 기간제 선생님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7. 교사가 되기 위한 창구는 오래전부터 임용고시였습니다. 많은 교대, 사대 졸업생들이 그 창구 앞에 줄 서 있어요. 또 기간제 선생님들 중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선생님들은 틈틈히 공부를 하여 합격하곤 합니다.
과정이 평등해야 결과가 평등합니다.
8.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이 되면, 그 정규직 선생님이 사정이 생겨 생기는 공백은 새로운 기간제 교사가 메우겠지요? 그럼 그 기간제 선생님은 또 정규직이 됩니까?
9. 학교에는 일자리가 더 필요합니다. 저희 학교는 30명 중반대의 학생들이 한 학급을 이루고 있어요. 굉장히 많습니다. 학급 수를 늘리고, 교사 시수를 줄이고 그 시간에 혁신적인 일거리를 교사들에게 마련하여 수업 연구와 수업 혁신의 발돋움을 할 때입니다. 그러한 자격은 공정한 창구를 통해 가지게 되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자격을 갖기 위해 오늘도 밤잠을 줄이고 있을 후배들이 있습니다. 그 후배들이 더이상 광장으로 나오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댓글 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