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양성 기관인 국공립 학교 교사는 교육 공무원이자 민주주의자로서 자신의 교육적, 학문적 전문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사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전달 사항과 행정 절차, 민원의 틈바구니 속에서 눈치껏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왜 교사들이 침묵하게 되는가?
교직 사회에서 평교사 출신만이 교장이 될 수 있지만, 교장은 더 이상 평교사가 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교사들이 교실에서 겪는 복잡다단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예산을 다루는 행정실이나 상급 기관의 동향, 민원이나 학교 운영 위원회 등의 요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이를 고려한 판단에 기초하여 교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면 교사들은 이를 따라야 합니다.
그렇다고 교육 전문성이 뛰어난 교사가 교장이 될까요? 승진을 하려면 연구 학교나 벽지 학교에 발령 받아 근무 가산점을 쌓은 뒤 교장, 교감에게 좋은 근무 성적을 받아야 합니다. 학교를 떠나 장학사로 전직하는 길도 있습니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학생들 하나하나 역시 폭넓은 스펙트럼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과 직접 대면하는 교사들의 문제의식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 교사들로부터 교실 현장에 관한 생산적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에 저는 ‘교장 선출제’를 제안합니다. 특정 학교에 2년 정도 근무했다면, 교사 공동체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누구나 교장으로 선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실, 교육청과의 소통 등 기관 운영에 관한 지식과 연륜이 필요하다면, 10년의 교직 경력과 소정의 연수 이수 실적을 자격 요건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출된 교장은 특별 수당을 지급받으며 2~4년 정도 근무하고, 임기를 마치면 본래 직분으로 돌아와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교장은 교사들의 리더로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공약을 이행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선출한 교사들과 교실 현장에 밀착된 의견들을 공유하며 교육 현안을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