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및 강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명백한 위법입니다. 현행 교육 공무원법 32조에는 기간제교원이 정규의 교원으로 임용됨에 있어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에도 명시된 내용입니다. 기간제 교사는 이 법에 따라 채용된 것입니다. 따라서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는 명백한 위법 행위입니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법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기간제의 정규직화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둘째, 기간제와 강사 채용 과정의 불투명성 때문입니다. 기간제와 강사 채용은 학교장 재량입니다. 서류, 면접, 수업시연과 같은 채용 절차가 있지만 학교장 재량이기 때문에 인맥으로 알음 알음 채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정자를 이미 뽑아두고 공고를 내고 나머지 지원자들은 형식적으로 면접을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것이 기간제 교사와 강사 채용의 현실입니다. 인맥으로 채용된 기간제 교사와 강사는 공정한 채용절차로 채용될 수 있었던 다른 지원자들의 자리를 불법으로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들은 이미 부정한 방식으로 학교에 들어와 호봉과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이제는 학교에서 근무한 경력만을 이유로 정규 교사를 시켜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맥으로 부정하게 채용된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화는 교육계의 정유라를 양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혀야 할 적폐를 국가가 나서서 부추기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에서 국민의 정의사회 구현과 적폐청산 요구를 저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셋째,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정규 교사가 된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로 인
해 공교육 질의 하락이 크게 우려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합니다.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이 공교육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서 제대로 검증받은 사람만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존재하는 것이 바로 임용 시험입니다. 임용시험은 교육학과 전공 지식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역량을 다방면으로
평가하여 교사의 전문성을 검증해왔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채용되어 학교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기간제 교사와 강사가 정규 교사가 된다면 공교육의 질이 보장될 수 있을까요? 공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받게 될 것입니다.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게 교육은 국가 경쟁력이며 나라의 미래입니다. 검증받지 않은 이들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넷째,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화는 교원 임용 문제에 있어서 기회의 공평성과 과정의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교원 임용을 위한 유일한 관문은 교원 임용 시험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수험생들이 시험 공부 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시험 공부에만 매진해왔습니다. 높은 경쟁률로 인해 소수만 합격하고 다수는 떨어지게 되는 시험이지만 온갖 기회비용을 감수하면서도 몇년씩 시험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임용 시험만이 교사가 되는 유일한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간제 교사와 강사를 정규 교사로 전환해준다면 교사가 되기 위해 시험 공부에 인생을 걸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수험생들은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신세가 됩니다. 기간제 교사와 강사로 일하면 정규직이 보장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수많은 수험생들이 좁은 고시원에서 컵밥을 먹으며 수년간 공부하지 않았을겁니다. 만약 임용 시험 이외에 다른 채용 절차를 만들려면 공평하게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공채를 실시해야 합니다. 정규 교사를 꿈꾸며 달려 온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통해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것이 곧 현 정부가 주장하는 '기회의 공평함, 과정의 공정성, 결과의 정의로움'을 교육분야에서 구현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