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신교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민의 첫학교인 유치원에서의 교사생활을 꿈꾸는, 국공립유치원 임용시험 준비생입니다. 저는 재수생입니다. 우스개소리로 대통령께서도 대선에 재수로 당선이 되셨다고들 하니, 저 또한 재수에 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도 종일 책과 씨름을 하였습니다.^^
대통령님! 올해 유치원 교사 티오가 예년보다 200명가량 늘어났습니다. 올해 800명이 '추가증원'되는 것으로 기대했던 수치보다는 적었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초등 교사보다 높은 티오가 난 교육청의 공고를 마주하니,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차근차근히 실현되겠구나 하는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시쳇말로 유아교육 분야는 수십년째 블루오션이라고 불립니다. 또는 끝을 알수 없는 춘추전국시대에 놓여있는 꼴과도 같습니다. 그만큼 제대로된 자격취득 체계나 사립기관 운영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교대나 사대와 다르게 유아교육은 낙동강 오리알마냥 대학마다 제각각의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유치원에 모이는 교사들은 통일성 없는 대학별 교육과정만큼이나 단편적이고 일천한 지식만을 갖춘 채 현장에 몸담게 됩니다.
반면, 공립유치원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임용선발시험에 통과해야만 합니다. 즉 유치원 임용시험은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분야의 구조상 유아교육과 관련된 이론과 실제의 전반을 총망라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이고, 전공자가 어떤 인맥이나 가산점 없이 그야말로 공정하게 교사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을 수 있는 고유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 사실 하나에 자부심을 갖고 공부합니다. 월급을 받아가며 여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기간제 자리도 커다란 기회비용으로 감수한 채, 무모한 백수가 되어 매일매일을 도전합니다.
대통령님! 간단히 말해, 정교사가 임용시험 통과자라면, 기간제교사는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였거나 공부중에 있는 자입니다. 유치원이 공교육 학제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당장 유치원의 개체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교사의 질적 수준을 확보해야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사립유치원과 비로소 경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간제교사가 아무런 평가과정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이유로 정교사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국공립유치원은 사립유치원의 병폐를 입증하지 못한 채로 영영 공교육으로서의 입지를 다지지 못하게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님! 현재 국민으로부터 이례없이 높은 국정 지지율을 얻고 계신 것 잘 압니다. 비밀투표의 원칙에 따라 제가 누구에게 표를 행사하였는가는 밝힐 수 없지만, 저는 민주시민으로서 다수의 선택에 승복하여 현재의 대통령님을 응원하고 있는 한 국민입니다. 간절히 바라건대, 현재 수많은 임용수험생들의 목소리는 절대 이기적인 기득권의 반발이나 밥그릇 싸움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된 교육자가 되기 위해 공교육의 본질을 수호하고자 하는 나약한 소수의 눈물나는 절규입니다. 저희들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도록 힘써 주시기를 두손 모아 간청합니다.
늦여름 밤, 이 글과 마음이 꼭 전해지기를 기도하는 다큰 꿈나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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