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미밤밤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대통령 취임사를 듣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의 배움의 터인 학교는 일자리를 늘리는 기관이 되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5월말에 나왔어야 할 가배정 티오가 추경 등으로 자꾸만 발표가 미뤄질 때, 교사 증원을 약속하셨던 대통령이셔서 조금의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비참했습니다. 현장에서 수업하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바쁜 업무까지 담당하는 교과 교사가 아닌,
교무회의에 거의 참석하러 오지도 않는 비교과 교사가 많이 늘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께서 후보시절 영양사대회에 가서 영양교사 정원을 확보하겠다고 방명록에 남기셨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초등을 비롯해 중등 임용 티오가 줄어든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사 수가 줄어드는 것이 맞다, 라고 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 과목의 티오는 줄어들고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고, 생활지도도 하지 않으며, 교무실 업무를 보지 않는 비교과 과목의 티오가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공정하게 뽑혀야 할 국가시험에서 대통령께서 했던 발언을 받아들이고 특정 과목들에 티오를 몰아준 건 아닌지 그 공정성이 의심됩니다. 제가 봐온 영양교사요? 조그마한 독립된 공간에서 쉬면서 식단을 짜고, 급식소 질서가 엉망이면 막 수업을 마치고 내러온 교과 담임 선생님들께 지도바란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급식소 줄 지도도, 잔반 처리 지도도 늘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의 몫이었습니다. 보건교사요? 장부를 꺼내며 증상을 쓰라고 한 뒤 약을 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성교육도 외부강사, 수학여행 미참여 등 다양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서교사요?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학교 도서관과 관련된 업무는 국어과목 선생님이나 CA 도서부 담당 선생님께서 하셨는 걸요. 솔직히 사서는 일반 공무원으로도 뽑는데 굳이 학교에서 교사라는 명칭을 부여해가며 뽑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또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기간제 문제입니다. 제일 처음 언급했던 기회평등, 과정공정, 결과정의에 모두 어긋난다고 봅니다. 현재 학교에 기간제로 근무 중인 분들은 다들 기간제를 선택하고 자처한 것입니다. 그들과 다른 선택을 하여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홀로 공부 중인 임용 수험생들과 달리 그들은 당장 돈을 벌고, 수업하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호봉도 인정되고 성과급도 받아 일부는 초임교사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임용시험을 보는데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학교 관계자의 인맥으로 선발되어 그런 인맥이 없는 수험생들은 기간제라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매년 초, 기간제를 뽑을 때마다 학교 간 전화가 오간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그쪽 학교에 지원한 기간제, 우리 학교 출신인데 괜찮더라. 이 순간 다른 지원자들의 지원서류는 읽어볼 가치조차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그런 그들을 정규직화, 혹은 무기계약직화 시킨다는 것은 수많은 임용 수험생들을 차별하는 정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통령께서 보시기에 사회적 약자는 기간제입니까, 아니면 합격률 10% 내외인, 언제 붙을 지 모르는 시험을 앞두고 공부 중인 임용 수험생입니까? 대통령께서 보시기에 사범대 출신, 임용 수험생들은 적폐세력입니까? 애초에 초등 정교사 자격증에 비해 중등 정교사 자격증이 남발되는 것부터 큰 문제였습니다. 사범대 뿐 아니라 교직이수, 교육대학원 등을 통해 공급이 늘어났는데 수요가 거기에 따르지 못해 시험 합격률이 10%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그러고보니 이번에 증원된 비교과 과목들은 대부분의 사범대에는 설치되지 않은, 교직이수나 교육대학원을 통한 것들이네요.......?)
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통령님 또한 과거 군사독재 하에서 고시를 준비하시면서 어찌될 지 모르는, 보장되지 않은 결과에 대해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수험생활을 하시면서 그 누구보다 수험생의 기분을 잘 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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